리플리증후군는 무엇? 영화 리플리로 알아보기

리플리증후군은 이상적으로 여기는 모습을 얻고자, 반복적인 거짓말과 나쁜 꾀를 부려 목적달성을 이루려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리플리증후군은 미국정신의학회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등재되지 않았으며, 질병코드 역시 없는데요, 때문에 공상허언증이나 망상장애, 사기꾼,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한 증상으로 혼용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리플리증후군 용어

리플리증후군은, 정신질환의 표준으로 삼는 미국 정신의학회(APA)와 WHO의 질병분류 코드에 등재되지 않은 신조어입니다.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정신질환으로 표준화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는 말인데요, 1955년 미국에서 출간된 <재능있는 리플리씨>를 1960년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가, 1999년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로 리메이크되면서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용어입니다.
리플리증후군은 자신까지 속아 넘어 갈 정도의 반복적, 병적인 거짓말쟁이를 뜻하는 용어로, 전문의들도 질환을 설명할 때 간혹 사용하면서 지금은 병명처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리플리>의 주인공 리플리의 심리

영화 <리플리>는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낮에는 호텔 보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탐 리플리라는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피아노 치는 데 재능이 있는 리플리는 기업인들의 가든파티에서 오페라가수의 남자친구 대신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됩니다. 리플리의 피아노 연주에 감동받은 선박부호 허버트 그린리프는 리플리에게 악수를 청하며 리플리가 입은 프린스턴대 자켓을 보게 됩니다. 자신의 아들 닉을 아느냐고 묻는데요, 프린스턴대를 나와 이태리에서 돈이나 쓰며 재즈에 빠져 한량짓 하고 있는 아들 니키를 데려다 주면 천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허버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닉에게 접근할 수 있는 재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이태로로 갑니다. 닉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가 편찮으시니 아버지 허버트의 부탁으로 너를 데리러 왔다고 솔직하게 말하는데요, 닉이 좋아하는 재즈는 사실 리플리가 누릴 수 없는 삶을 뜻하는 메타포입니다. 재즈의 즉흥성은 삶을 자유롭게 누리는 닉의 전유물이고, 하루하루 겨우 연명하는 리플리에겐 자유로운 즉흥성이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인 것이기 때문이죠.

닉은 아버지에게 갈 생각이 없습니다. 쓸 만큼 충분한 돈을 인출할 수 있으며 예쁜 애인과 삶의 자유분방함을 느낄 수 있는 재즈와 그 친구들이 있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여행같은 삶을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인데요, 이는 리플리가 동경하던 삶의 표상입니다. 닉의 삶을 흠모하고, 닉을 흠모하던 리플리와 닉은 보트를 타던 중 언쟁을 벌이게 됩니다.
로마로 떠날 계획인 닉은 리플리를 데려갈 생각이 없으며 리플리에게 싫증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동성애적인 감정을 갖고 있던 리플리는 언쟁 끝에 닉과 보트를 침몰시키고 뭍으로 혼자 나오게 됩니다. 이후 영화는 위조한 신분증으로 닉인 척 행세하며 부유층의 삶을 누리는 리플리의 조마조마한 삶을 조명하며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영화 리플리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세 부분을 꼽자면 먼저 넷플릭스 기준 영화 초반 4분쯤, 일을 하던 중 객석 이층 커텐을 젖히고 연주 중인 무대를 훔쳐 보는 리플리의 반 쪽 얼굴입니다.
피아노에 재능이 있지만 연주자의 삶을 살 수 없는 처지로, 뼈아픈 동경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눈빛입니다. 멧 데이먼은 눈빛의 미묘한 움직임으로 섬세한 내면의 동요와 갈망을 보여줬습니다. 이 장면은 이후 닉에게 향하는 갈망과 동경의 심리를 나타내는 복선이 됩니다.
동경하는 것에 대한 뼈아픈 갈망과 그걸 성취할 수 없는 패배감, 그걸 갖은 이들에게 갖는 동경과 뿌리깊은 질투!

넷플릭스 기준 50. 04초 쯤에 두 번째로 리플리의 심리를 볼 수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잠든 닉의 옆모습과 닉을 바라보는 리플리의 반쪽 얼굴이 기차 유리창을 통해 겹쳐집니다.
리플리는 닉에게 동성애적인 애정을 몇 번 드러냈었는데요, 마치 피카소의 그림같은 옆모습과 정면의 얼굴이 포개지는 유리창씬은, 리플리가 동성애적으로 닉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동경하는 것에 대한 깊은 갈망을 보여주는 메타포였던 것을 드러냅니다.
동경하는 것에 대한 뿌리깊은 갈망, 이 감정은 이후 리플리가 닉과 친구들을 해치면서도 죄의식을 갖지 않게 자신을 합리화하는 기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압도적으로 큰 동경과 갈망은 그 외의 감정을 축소시켜버렸기 때문이죠.

세 번째 장면으로는, 넷플릭스 기준 2. 10. 21초 쯤부터 시작하는 리플리의 대사에 리플리증후군에 대한 개념이 다 들어있습니다.
“저도 모르겠어요. 난 지하실에 갇힐 거예요. 끔찍하고, 외롭고, 어두운. 난 거짓말을 했어요. 내가 누군지 어디 있는 지 이젠 아무도 나를 찾지 못 할 거예요. 늘 생각했어요. 거짓된 누군가가 되는 게 초라한 자신보다 낫다고.”
이 대사에는 리플리증후군의 발생 기전이 전부 표현되는데요, 초라한 자신이 싫어 동경하는 대상이 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이젠 모든 것이 거짓이라 참이 무엇인지 타인 뿐만 아니라, 자신조차 모르겠다는 것으로 리플리증후군 발생 원인과 증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리플리의 항변

사회와 문화는 더 풍요로워졌는데 나는 더 가난한 것 같고, 결핍감으로 창피하고 수치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들이 갖은 걸 내가 갖게 된다면, 내 눈에 보이는 그들처럼 나도 윤택하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내가 될 수 있을까요? 저들이 욕망하고 탐색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을까요?
문화는 끊임없이 내 욕망을 부추기고, 비교하게 하고, 나는 좋아보이는 것에 군침을 흘리는데요, 만일 내가 그들이 갖은 걸 갖게 된다면 나는 정말 쓸모있는 존재가 되어 욕망의 한복판을 당당히 걸을 수 있을까요? 나는 늘 굶주렸습니다. 계절에 안 맞는 헤진 옷, 싸구려 음식,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배고픔과 허기짐인데요, 허기짐이 배고픈 거라면 나는 늘 배고팠습니다. 나도 쓸모있는 존재, 사랑받는 그러니까 음… 타인이 나를 욕망하는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아기때부터 나는 늘 배가 고팠거든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매일 배가 고픈 것 같아서 혼자 속으로 늘 울었거든요.

리플리증후군 특징

  • 거짓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분명한 내적 목적이 있고, 사람들을 속일 만큼 지능적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망상증과 변별된다.
  • 반복된 거짓말로 자신조차 자신의 거짓을 사실로 믿고 있다는 관점이 있으나, 거짓말을 들키지 않게 속이는 행위를 현실에 드러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거짓을 참으로 믿고 있다는 관점은 오류가 있다. 즉 자신의 거짓을 인지하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 타당하다.
  • 내적 결핍감이 큰 만큼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 이를 쟁취하는 데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한 증상으로 볼 수 있다.
  • 거짓말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허언증과 비슷하나, 범죄성향이 더 큰 용어로 사용된다.
  • 특징적인 감정을 몇 가지 들 수 있다. 1. 사회적 내적 죄의식을 억누를 만큼의 높은 결핍감 2. 특권의식, 즉 나는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든 그것을 누릴 자격과 권한이 있다는 생각, 이 생각은 결핍감에 의한 보상심리에서 기인할 수 있음. 3. 선망하는 것에 대한 병적인 질투는 죄의식을 낮추는 요인이 됨.

결론

현실이 너무 힘들 때 “내가 만일…이라면…” 여러 상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는 상상을 사실인 것처럼 남에게 말하지 않고, 사실과 상상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리플리증후군은 상상적 믿음과 욕망을 현실과 엄격히 구분하는 데 필요한 도덕적 잣대와 현실과의 균형감각을 잃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핍감으로 자신은 항상 가난한 것 같은데, 가까운 누군가 좋아보이는 것을 갖고 있을 때 드는 선망과 질투. 이를 제어하는 것이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윤리적 잣대인데요, 리플리증후군은 결핍감에 비례하는 욕망은 큰데 죄의식이 제동을 걸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증상 중 하나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갈망과 욕망에 브레이크를 안 걸면 어떤 파국으로 치닫는 지 영화 리플리에 잘 나타나 있는데요, 결핍과 갈망과 욕망 및 죄의식 희박으로 인한 여러 징후들의 조합을 리플리증후군이라고 흔히 부를 만큼 병적인 거짓말이 드문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거짓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만이 진실인데요, 삶과 내적 욕망과 동기는 항상 진실된 것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맷 데이먼의 눈빛과 복잡미묘한 내면을 표현한 표정연기는 악역임에도 감정이입시킬 만큼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거리거나,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영화 <리플리> 강추입니다.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 리플리 증후군

그것이 알고싶다 매년 신입생이 되어 나타나는 48인의 도플갱어 그알로 보는 ‘리플리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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